남경필 경기도지사
“권력 분산이 시대정신 정치 구조 새판 짜기 첫걸음”
남경필 경기도지사(사진)는 “지금까진 도의회 여야 지도부와 소통했다면 이제는 의원 한 분 한 분을 만나 소통할 때가 됐다”며 “연정(연합정치, 연립정부)이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도의원이 부지사를 겸임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왜왜 지금, 연정인가.
“지금 시대정신은 권력 분산이다. 선거 결과가 권력 배분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정치 구조가 필요하다.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의 정치 구조, 연정 시스템 안에서 사회 대통합이 가능한 연정 구조가 우리에게도 절실하다. 대통령도 권력을 의회와 행정장관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 연정은 보통 내각제하에서 국가가 위태로울 때나, 단독 과반을 넘지 못할 때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탄생하지 않나. 남 지사가 먼저 연정을 제안한 이유는 뭔가.
“정치인으로서 고민을 많이 했다. 현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대한민국 정치는 회복 불가능하다. 지금 우리 정치체제는 1987년 체제 아닌가. 민주 대 반민주 구조에서 이뤄놓은 거다. 그때 만든 대통령 5년 단임제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이나 세월호 특별법에서 보듯 대통령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시대다. 의회도 혼자 해결 못 한다. 지난 대통령선거(대선) 결과는 여야가 52% 대 48%였지만, 권력은 90 대 10 정도 된다. 여기서 반칙이 나오고 정치는 선악 대결로 치닫는다. 선거 결과가 52 대 48이면 권력도 60 대 40 정도로 나눠야 리즈너블(합리적)하다. 그동안 국회에서 독일식, 오스트리아식 정치 구조에 대해 계속 논의해왔고, 이제 경기도에서 먼저 실천하려 한다.”
▼ 왜 독일식 연정이어야 하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브라질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해 자국 선수들과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가까운 미국,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참석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정치적 안정 때문이다. 자기 권한을 장관들과 나누고, 그 장관들이 책임감을 갖고 인사 및 예산 권한을 행사한다. 메르켈 총리도 6개 장관자리를 상대 정당에게 넘겨주는 대연정을 했다. 총리는 코디네이터 구실을 하면 된다. 그 때문에 메르켈 총리는 퇴근 후 남편과 장을 보고, 그 모습을 보는 국민은 안정감을 느낀다. 총리가 뛰어나서가 아니라 정치 스트럭처(구조) 때문이다. 독일의 총리 평균 재임 기간은 8년이다.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는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를 개혁하는 등 자신의 지지 기반에 반하는 정치를 했지만 결과는 어땠나. 자신은 낙선했지만,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갔다. 높은 경제성장을 이뤘고, 기독민주당 메르켈 총리가 나왔다. 우리도 정치 구조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지금 여야 모두 혁신을 논하는데,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혁신 경쟁을 하는 것도 좋다.”
태풍의 길목에서 미래 준비
▼ 혁신 경쟁이 왜 필요한가.
“지금 우리나라는 성장잠재력이 둔화하고 이웃 중국이 부상하는데, 정치 갈등은 커지고 있다. 태풍의 길목에 선 거다. ‘도민이 나를 선택한 이유가 뭘까’ 계속 따져 물으면서 답을 얻었다.”
▼ 무슨 답을 얻었나.
“‘태풍의 길목에서 미래를 준비하라’는 답이었다. 그게 도민이 나를 뽑아준 이유라고 생각한다. 샤오미를 창업한 중국 레이쥔(雷軍) 회장은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고 했다. 언젠가는 (나도) 태풍을 탄 돼지처럼 날고 싶다.”
▼ 선거구제도 바꿔야 하나.
“개인적으론 중·대선거구제가 맞다고 본다. 그러나 개혁은 기득권 세력이 극렬히 반대하면 이루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국회의원들이 동의해야 하는 만큼 영호남 농촌은 소선거구제, 수원 같은 중대 도시는 중선거구제, 서울·부산 등 광역도시는 대선구제로 하는 게 맞다.”
▼ 일각에선 ‘연정이 잘되면 남 지사 공(功), 못 되면 협조한 야당 책임’이란 분위기도 읽힌다.
“진행 과정에서 갈등이 있고, 처음 가는 길인 만큼 비틀거리고 실수도 하지만 방향이 옳고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 큰 힘이 된다. 도정에 대한 무한책임은 도지사가 진다.”
▼ 책임정치 측면에서 보면, 야당 인사를 부지사로 앉히면 국민은 다음 선거에서 헷갈릴 수 있겠다.
“글쎄, 우리나라 정당의 이념 차이는 크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김진표 후보의 정책도 나의 정책과 유사한 게 많다. 검토해보니 70%가 비슷했다. 공통분모가 있는 정책을 먼저 추진하면 다음 도지사가 누가 되든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될 테고, 그 결실은 국민에게 돌아갈 거다.”
▼ 사회통합부지사는 여전히 공석인데.
“도의원들과 얘기해보니, 국회의원이 추천하는 국회의원 부지사는 싫다고 한다. 그래서 도의원 출신 가운데 추천된다면 무난하게 될 거 같다. 최근 지역신문에서 전수조사를 했더니 조사에 응한 새정치연합 도의원 67명 중 35명(58.3%)이 여기에 찬성한 것으로 나왔다. 기다리고 있다.”
▼ 부지사가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그런 우려도 있더라. 그런데 부지사에게 업무 권한을 대폭 주는 만큼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책과 인사 문제는 실국장과 함께 할 건데, 행정공무원들의 능력이 보통이 아니다. 모두 오픈돼 있어 독단적으로 할 수도 없다. 믿고 맡기고 대화하면 된다. 부지사와 다양한 일을 하고 싶다.”
▼ 다양한 일?
“이거 말해도 되나(남 지사는 배석한 경윤호 정책보좌관을 힐끗 쳐다봤다). 경기도가 시작한 어젠다가 국가 어젠다, 글로벌 어젠다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빅데이터 활용이 화두인데, 프라이버시에 대해선 어느 나라도 규범을 만들지 못했다. 빅데이터 관련 규범을 논하는 국제 콘퍼런스를 만들어 글로벌 규범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식의 글로벌 어젠다 10개를 만들 거다.”
▼ 남 지사가 주도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새누리당이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위헌 심판을 하겠다고 한다. 당은 협치(協治)보다 효율을 중시하는 건가.
“그렇게 되나(웃음). 국회선진화법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근본 원인은 정치권의 시스템, 정치력 부재 아니겠나.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에서의 물리적 충돌 때문에 만들어졌다. 이를 없애고자 한 시도였는데, 이를 끝까지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 공천 때도 자주 발생하는 게 몸싸움이다. 권력자에게 공천권이 있으니. 결국 권력을 분산하는 게 근본 해결책이다.”
강득구 경기도의회 의장
“연정의 중심은 민생 지방자치 강화할 기회”
‘경기발(發) 연정’의 한 축인 경기도의회 강득구(새정치민주연합) 의장(사진)은 “연정을 한다고 의회 본연의 기능이 약화될 일은 없다”며 “오히려 의회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지방자치를 강화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의장으로서 연정을 어떻게 보나.
“당을 뛰어넘어 도민에게 힘을 주는 좋은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새누리당 소속인 도지사가) 진정성을 보이고 해서 큰 틀에서 동의한 거고. 연정을 당의 이해득실을 따지고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했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거다.”
▼ 도의회의 견제 및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다. 의장으로서 이런 우려를 불식할 방안은 있나.
“의회 구실이 줄어들 거라는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걱정 안 한다. 연정의 가치는 존중하되, 의회 고유 기능인 비판과 견제, 정책 대안 생산은 더 강화될 걸로 본다. 생각해보라. 정책합의문 20개 과제 중에도 어떤 과제는 조례를 제정해야 하고, 어떤 과제는 예산을 세워야 한다. 연정 과제를 진행할수록 오히려 의회 구실은 커질 수 있다. ‘남경필 집행부’도 의회와 소통하며 해답을 찾도록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함께하면서 문제점 고칠 것
▼ 인사청문회는 어땠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공공기관장 인사청문회를 했다. 그동안 공공기관장은 단체장이 독자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했고, 그에 따른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과 부실경영을 의회가 사전에 견제하지 못했다. 인사청문회는 단체장의 인사권을 지방의회가 참여해 정책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거고, 지방자치와 지방 분권의 기초를 닦는 시발점이 될 거라고 본다. 다만 청문회 준비 기간이 짧았고, 도덕성 검증을 비공개로 하기로 한 제도적 문제점은 짚어봐야 한다. 함께해보고, 문제점을 고쳐가는 게 연정 아니겠나.”
▼ 연정 핵심인 사회통합부지사 추천에 대해선 주류와 비주류 의원 간 의견 대립이 있는 거 같다.
“연정의 중심은 민생이고, 도정 전반에 대한 정책 어젠다가 합의되면 도의회가 이를 필터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먼저다. 자리가 중요한 건 아니다. 부지사 자리는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갑론을박했지만 연정 주체가 도의회와 도집행부로 규정되면서 이제는 판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의견을 내지 않는 의원들은 도당과 중앙당으로부터의 심리적 압박, 지역 국회의원 의견을 무시할 수 없어 고심한 걸로 안다. 나는 의원이 아니어도 중립적인 인사로,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했거나 민생을 고민한 사람이라면 (부지사로) 추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당파적이지 않은 사람으로.”
▼ 김현삼 대표의원은 현재 15명을 부지사 후보로 ‘스크린’했다고 한다. 의견수렴기구를 만들어 10월 중순까지 결론 내겠다고 하는데.
“무작정 공석으로 놔둘 수도 없다. 이제는 나도 10월 둘째 주부터 의원들 의견을 수렴하고, 어떤 사람이 좋을지 치열하게 고민할 거다. 의장으로서 여야 의정활동을 조율하지만, 나도 새정치민주연합 추천을 받아 의장이 된 소속 의원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사람을 먼저 정해놓고 해선 안 된다. 남 지사가 제안한 부지사 권한과 시대적 가치, 명분 등을 따져본 뒤 사람을 정해야지….”
강 의장은 김 대표의원의 부지사 추천 방식에 대해서는 마뜩잖은 반응이었다. 계파 간 의견 대립이 부지사 추천의 걸림돌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배수강 기자 bsk@donga.com